기자수첩

[기자수첩] 교민사회에 던지는 작심 발언

우리 교민사회가 참으로 많이 변했다. 교민 수가 고작해야 2~3천명 정도 밖에 안 되던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 교민사회는 그럭저럭 살만한 세상이었다. 기쁜 일은 함께 즐거워하였고,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도우려고 애썼다. 이름도 모르는 교민이나 여행객이 행여 사고를 당하면, 일면식이 없어도 안타까운 마음에 조의금 몇 푼이라도 보태려는 따스한 정이 넘쳐났다. 그랬던 교민사회가 교민 수 1만 명을 넘어 2만 명에 이른 지금, 날이 갈수록 시기와 반목,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는 상호간 신뢰는커녕 관심조차 없다. 기업인들은 기업인들대로, 선교사들은 선교사들대로,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들대로, 각자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살아간다.

교민사회의 소위 ‘지도층’이란 사람들은 어떤가. 명예심과 공명심만이 가득 찬 일부 인사는 대사관 초청 행사 때 상석에 앉아 거들먹거릴 궁리만 한다. 지도층다운 처신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오로지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수준이 낮아 상대를 못 하겠다며 한인사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배척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고상한 척하면서 한인사회의 일반 구성원은 자기들과 수준이 다른 마이너리그 하류층으로 내려다본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그런 눈빛조차 숨기는 데도 익숙하지 못해, 가끔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런 자신들의 추태를 자기들만 모른다.

전체 교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한인회는 존재감조차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한마디로 한인회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그로 인하여 한인회가 무엇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도 모르는 교민들이 태반이다. 물론 한인회장이나 임원들은 열심히 뛰고 봉사하는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낼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또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아니겠는가. 교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자문해보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단체장이 비협조적이라고 한인회장이 공개석상에서 그를 비난한 행위 역시도, 교민사회의 분열을 자초한 행위나 다름없다. 그로 인하여 소수의 지지를 받는 대신, 더 많은 교민들이 등을 돌리게 되었다. 한인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얼굴을 비취던 교민사회 단체장들이나 기업인들을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가 됐다. 단상에 오를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쏟아내는 ‘교민사회의 화합’이란 단어가 단순 구호에 그친 건 아니었지, 스스로 반성하길 바란다.

한인회는 교민사회를 대표하는 가장 큰 권익단체이다. 한인회가 원활하게 운영되어야 한인사회가 발전하고, 우리 교민의 위상이 높아진다. 그동안 한인회가 교민사회의 화합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행여 분열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한인회장 스스로 깨닫고 자기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 한인회장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만큼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목소리가 크고 윽박만 지른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건 아니다. 거친 언행 역시도 당장은 상대를 위압할 순 있겠지만, 마음을 사로잡지도 결과적으로는 상대를 이기지도 못한다. 그건 어린 시절 동네 뒷골목에서나 통하던 유치한 방식이다. 무릇, 진중한 몸가짐으로 차분하게 실천해야 전체 한인사회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전체를 아우르는 한인사회 덕망있는 수장으로서 존경과 함께, 우리 교민사회를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가 있는 법이다.

교민사회 지도층 인사라고 자처하는 분들도 반성이 필요하다. 스스로 존경받을 일을 하려고 노력하길 바란다. 뒤에서 구시렁거리며, 훈수나 두려는 뒷방 노인네처럼 처신하지 말자. 수준차 운운하며 한인회를 멸시하거나 배척하는 어리석은 일도 제발 그만두자. 교민사회의 화합과 결속을 위해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기 바란다,

전직 한인회장을 비롯한 교민 원로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쓴 소리 한마디를 하겠다. 교민사회를 이끄는 어른으로서 맡은 책임과 본분을 다하길 거듭 당부드린다. 한인회장이나 단체장들이 행여 처신을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충고하고, 옮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아낌없이 도와주기를 바란다. 눈치나 슬슬 보며 한인회장의 비위나 맞추는 행동은 스스로 교민사회 어른임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우리 교민 여러분에게도 당부코자 한다. 한인회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미우나 고우나 한인회는 우리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들을 위한 권익단체다. 한인회는 곧 우리가 주인이기도 하다. 내 알 바 아니라고 방관하지도 말고, 뒤에서 흉보는 일도 제발 그만 두자. 한인회가 잘할 때는 아낌없이 격려해주고, 못할 때는 심하게 꾸짖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한인회가 오로지 교민사회를 위해, 한인들의 권익보호와 신장을 위해, 봉사하는 제대로 된 단체로 거듭나게 된다.

문득, 최근에 교민 원로가 한 자조 섞인 한마디가 떠오른다.

“우리가 그동안 한인회를 비롯해 한인사회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음을 스스로 반성한다. 최근 들어 한인사회가 갈수록 분열하고 갈등을 빚게 된 것도, 요즘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크다.”

듣는 순간 마음이 몹시 쓰렸다. 평생 이 땅에서 살기로 한 필자이기에 더욱 더 마음이 아팠다.

교민사회의 시기와 반목과 분열이 하루가 멀다고 가속하는 느낌이 들어, 우리 한인사회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작심하고 쓴 소리를 해봤다. 야한 동영상을 보다 걸린 사춘기 소년처럼 부끄럽고 창피함을 느낀다면, 이 글을 쓴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말뜻을 곡해하고 흥분하는 분들이 있다면, 간단한 문장도 해석할 줄 모르는 난독증(?) 환자로 간주하겠다. 제발 쓸데없이 억측하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 우리 교민사회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눈곱만치라도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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